

현대 사회는 유례없는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경험하며 기술의 편의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역설적으로 범죄의 양상을 더욱 지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소위 보이스피싱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금융사기가 과거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단순한 낚시성 공격이었다면, 지금의 그 수법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심리 전술과 기술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우리 일상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대학 입시 합격 확인이나 취업 예치금 요구 등 청년층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 무단투기 과태료나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 안내 등 공공 기관을 사칭한 생활 밀착형 소재를 이용하기도 하고, 심지어 카드 유효기간 만료 시점에 맞춰 가짜 카드 배송 연락을 취하는 등 피해자의 상황과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 접근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설치하게 되는 악성 앱은 내 휴대전화가 범죄자의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2023년에는 모바일 청첩장 URL을 클릭했다가 악성 앱이 설치되어 명의도용과 비대면 대출 등으로 1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사례가 발생했는데, 범죄자들은 휴대전화에 있던 신분증 사진으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계좌를 개설하며, 청약통장 해지나 보험 약관대출까지 실행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자산을 순식간에 편취했다.이러한 피해는 주로 피해자의 부주의 탓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했는데, 기존 거래와 확연히 다른 환경(접속 기기, IP 등)에서 대규모 금융거래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 인식 등 보강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금융회사의 주의 의무 태만이라고 판단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었고 2024년부터 금융회사의 사고 예방 노력과 고객의 과실 정도를 따져 손해를 분담하는 제도인 '비대면 금융사고 자율배상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구..
특히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보고 "음주운전은 이른바 '삼진아웃'이라 1회는 벌금, 2회는 집행유예, 3회는 징역이라더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무상 이러한 공식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음주운전으로 처음 적발됐음에도 곧바로 구공판(약식기소가 아닌 법정에서 정식 재판을 받는 것)으로 회부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과거 벌금형을 1회 받은 후 재범해 재판을 받게 됐는데, 당일 즉일 선고로 실형을 받고 그 자리에서 법정 구속되는 사례도 존재한다.인터넷 정보만 믿고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가족에게 적발 사실을 숨긴 채 운전하다가 무면허 운전까지 추가로 적발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반면 음주운전 7회차 이상임에도 어떻게 대응하고 진행하는지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한다. 결국 선고 결과는 일률적이기보다 대응 방식이 핵심이라는 뜻이다.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10년이 지난 과거 범죄 전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다.해당 법률에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른 기본 처벌 규정(제148조의2 제3항) 외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를 가중 처벌하는 조항(제148조의2 제1항)이 존재한다. 이 경우 재범의 법정형은 훨씬 높다.물론 10년이 지난 과거 전력이라면 '10년 내 재범'에 해당하지 않아 위 가중 처벌 조항을 직접 적용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양형'에 대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양형 판단에는 범죄에 이르게 된 경위부터 과거의 동종 및 이종 범죄 전력까지 모두 고려 대상이 된다. 즉, 가중 처벌 조항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과거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다면 결국 양형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밖에..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4월이다. 도로가 붐비는 이 시기 경찰은 5월말까지 특별 단속을 예고했다. 단속의 주된 대상은 그간 익숙했던 음주운전만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이어진 약물운전에 관한 것이다. 지난 2026년 4월2일 약물운전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도로 위 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 강화된 약물운전 처벌과 신설된 '측정 불응죄'기존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다. 그러나 개정법에 따라 이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졌다. 이는 음주운전 처벌 수위와 맞먹는 강력한 조치다.또한 현장 타액 간이검사가 도입돼 측정 거부 시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은 비틀거림, 지그재그 주행 등 이상 징후를 보이는 운전자를 하차시켜 1차 현장평가(한 발 서기, 직선 보행 등)를 진행한 후 타액 간이시약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그 자체만으로 약물운전과 동일하게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지며 운전면허 역시 즉각 취소된다. 음주 측정 거부와 동일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다.법이 강화되다 보니 감기약만 먹고 운전을 해도 처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되는 금지 약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과 '화학물질관리법' 상의 환각물질을 뜻한다. 일부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치료용 약물이 이러한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하는 운전 자체가 처벌대상인 것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은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등 또는..
